[신기원 목요칼럼] 결혼식에 대한 단상

기사입력 2021.06.03 08:07 조회수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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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원(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요즈음 결혼식에 참석하며 느낀 공통점은 결혼식이 이제는 예식이 아니라 이벤트로 변했다는 것이다. 흔히 결혼식은 남녀가 부부관계를 맺는 서약을 하는 의식으로 혼례식(婚禮式) 또는 화촉지전(華燭之典)으로 불린다. 결혼식이란 배우자 양쪽의 선택에 대해 가족이나 사회가 승인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배우자와 자녀의 행복에 평생 마음을 바쳐 힘쓰고 책임을 다하는 일에 따르는 어려움과 희생을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받아들인다는 것을 공표하는 것이다.

 

결혼한 지 삼십년이 넘은 이 시점에서 주례를 보기 위해 결혼식에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개 출석했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서 혼주에게 나의 존재를 알리고 얼른 식당으로 자리를 옮긴다. 신랑이나 신부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빨리 식사를 하고 자리를 비워주는 것도 혼례를 치르는 측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참석했던 몇몇 결혼식에서는 부득이 끝까지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일이 생겨 요즘 결혼식의 진풍경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신랑이 신부에게 축가를 불러주는 모습은 기본이었고 신랑이 신부를 안고 앉았다 일어날 때 마다 신랑은 ‘나는 봉이다!’ 신부는 ‘나는 봉잡았다!’를 외치게 하기도 하였다. 다른 결혼식장에서는 결혼식 중간에 신랑과 신부의 어렸을 적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둘이 만나서 결혼하기까지의 사진을 편집해서 스크린으로 보여줬다. 아이디어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결혼식장에서는 사회자가 “신랑이 신부를 잘 키워줬다고 장모님에게 선물을 준비했다”고 하며 장모님을 앞으로 나오게 했다. 선물은 다름 아닌 장모님에 대한 신랑의 섹시한 볼 뽀뽀 세 번!이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사회자가 “시아버지가 서운할 것 같다”며 며느리에게 신랑처럼 똑같이 하라고 하였다. 현직 교장선생님인 시아버지는 엉거주춤한 상태로 며느리의 볼 뽀뽀를 기다렸다. 시아버지에 대한 며느리의 첫 번째 뽀뽀가 끝나후 두 번째 뽀뽀를 기다리던 시아버지를 향해 사회자가 그만 들어가시라고 하자 시아버지는 무안해 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이제 결혼식은 하나의 이벤트가 되고 있었다. 일생에 한번뿐인 결혼식을 천편일률적으로 치루기 보다는 특별하게 기록하고 싶다는 젊은세대의 취향이 적극 반영된 것 같다. 또한 자기를 축하하러온 하객들에게 무엇인가 서비스하고 싶다는 신랑신부의 바램도 담긴 것 같다.

 

결혼에 관한 기록을 보면 고대에는 자기 부족이나 집단하고만 결혼하는 내혼제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시대 특히 왕실에서는 족내혼(族內婚)이 성행하였다. 외부 집단과 교류가 제한되어 있던 경우 이런 식의 결혼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가 점차 복잡해지고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외부집단 출신과 결혼하는 외혼제가 정착하게 되었다. 조선시대에는 법제상 동성부취(同姓不娶)가 철칙이었으며 ‘월삼성육촌(越三姓六寸)해야 혼인할 수 있다‘는 관행이 일반화되었다.

 

또한 결혼에는 상징성을 띤 의식절차가 포함되었는데 보통 종교에서 신성한 것으로 규정하는 이 의식들은 신혼부부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절차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무엇보다도 다산과 관련이 있었으며 씨족이나 인종,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결혼의 중요성을 인정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이를테면 자녀를 많이 갖도록 해주는 다산의식은 모든 결혼식에 어떤 형태로든 남아 있는데 오늘날 결혼식에서도 간혹 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의식으로는 신부가 어린이를 들러리로 세우는 것이 있다.

 

 

 

 

사모관대를 한 신랑과 족두리에 연지곤지를 찍은 신부의 전통혼례가 그립기는 하지만 오늘날 이벤트화된 혼례의식을 되돌릴 수는 없다. 다만, 이벤트화 되는 결혼식 풍속도가 빠른 결별로 연결되어 ‘이혼의 이벤트화’로 전락하지 말고 신랑신부가 알콩달콩 정담을 나누며 일상생활의 어려움도 거뜬하게 극복하는 지속가능한 결혼생활로 발전하기를 소망해 본다.

[sbc서산방송 기자 sbc78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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